전세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 딱 하루만 시간을 내면 보증금 수천만 원을 지킨다. 반대로 이 하루를 아끼면 평생 모은 돈이 한 번에 묶일 수 있다. 정부가 공식 인정한 전세사기 피해자만 누적 2만 명을 넘었고, 지금도 보증금을 못 돌려받는 사람이 계속 나온다.
다행히 대부분의 사기는 계약 전에 서류 몇 개를 직접 떼보면 걸러진다. 아래 7가지는 내가 실제로 전세 계약을 검토할 때 순서대로 보는 항목이다. 하나라도 걸리면 나는 계약을 미뤘다.
1. 등기부등본을 직접 떼서 확인한다
가장 기본인데 가장 많이 건너뛰는 단계다. 등기부등본은 인터넷등기소(iros.go.kr)에서 열람 700원이면 바로 본다. 계약·제출용 발급은 1,000원이지만 내가 직접 확인할 목적이면 열람 700원으로 충분하다. 중개사가 보여주는 출력물만 믿지 말고, 계약 당일 아침에 한 번 더 직접 떼보길 권한다. 발급 시점과 계약 시점 사이에 근저당이 새로 잡히는 경우가 실제로 있다.
등기부에서 볼 곳은 두 군데다.
- 갑구(소유권): 집주인이 실제 소유자인지 본다. 계약 상대방과 소유자 이름이 다르면 반드시 이유를 확인한다.
- 을구(근저당 등): 근저당 설정 금액을 본다. 근저당에 내 보증금을 더한 값이 집값의 70%를 넘으면 위험하다.
가압류, 가처분, 경매 개시 기재가 하나라도 있으면 나는 그 집은 그냥 넘긴다.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들어갈 이유가 없다.
판단 기준은 이 한 줄이다.
근저당 설정액 + 내 전세보증금 ≤ 시세의 70~80%
이 범위를 넘으면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보증금을 다 못 건진다.
2. 집주인 신분을 반드시 확인한다
- 계약할 때 집주인 신분증 원본을 보고 등기부등본의 소유자와 대조한다.
- 대리인이 나오면 위임장, 인감증명서, 집주인 본인 확인 전화까지 챙긴다.
- 집주인이 법인이면 법인등기부등본과 사업자등록증을 확인한다.
요즘 사기 수법 중 하나가 소유자 사칭이다. 신분 확인을 건너뛰면 안 된다.
3. 시세 대비 전세가율을 계산한다
전세가율은 매매 시세 대비 전세보증금의 비율이다.
전세가율 = 전세보증금 ÷ 매매 시세 × 100
숫자로 보면 위험이 더 잘 보인다. 시세 2억 5,000만 원짜리 빌라에 근저당 1억 원이 잡혀 있고, 집주인이 전세 1억 2,000만 원을 요구한다고 하자. 근저당과 보증금을 더하면 2억 2,000만 원, 시세의 88%다. 집이 경매에서 시세의 80%인 2억 원에 낙찰되면 근저당 1억 원이 먼저 빠지고 남는 돈은 1억 원뿐이라, 내 보증금 1억 2,000만 원 중 2,000만 원은 떼인다. “위험” 표시가 그냥 겁주는 말이 아니라는 게 이렇게 보인다.
| 전세가율 | 위험도 |
|---|---|
| 60% 이하 | 안전 |
| 60~80% | 보통 (보증보험 가입 권장) |
| 80% 이상 | 위험 (계약 재검토 필요) |
시세보다 유난히 싼 전세는 오히려 의심한다. “이 가격에 이 집을?” 싶으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경우가 많다.
4. 전세보증보험은 되도록 가입한다
전세보증보험은 집주인이 보증금을 못 돌려줄 때 보증기관이 대신 돌려주는 보험이다. 이거 하나만 들어둬도 사기 피해의 상당 부분이 막힌다. 보증료가 아깝게 느껴질 수 있지만, 보증금이 수천만 원인데 연 보증료가 몇만 원에서 십몇만 원 수준이면 보험치고 싼 편이다.
가입 가능한 기관은 세 곳이다.
| 기관 | 상품명 | 특징 |
|---|---|---|
| HUG (주택도시보증공사) | 전세보증금반환보증 | 가장 보편적, 보증료 저렴 |
| SGI서울보증 | 전세금보장신용보험 | 가입 조건 유연 |
| HF (한국주택금융공사) | 전세지킴보증 | 전세대출과 연계 가능 |
여기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놓치는 게 가입 시기다. 흔히 “계약하고 한 달 안에 들면 된다”고 알고 있는데, HUG의 정확한 기준은 그게 아니다. 신규 계약은 잔금일과 전입신고일 중 늦은 날부터 전세 계약기간의 절반(2분의 1)이 지나기 전까지 신청해야 한다. 이 기한을 넘기면 가입 자체가 거절된다. 그래서 나라면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은 직후에 바로 신청해버린다. 미룰 이유가 없다.
5. 확정일자와 전입신고는 이사 당일에 끝낸다
전세보증금을 법으로 보호받으려면 대항력이 있어야 한다. 대항력은 세 가지가 갖춰져야 생긴다.
- 전입신고: 주민센터에서 당일 처리된다.
- 확정일자: 전입신고와 동시에 받으면 된다(수수료 600원).
- 실제 거주: 그 집에 실제로 살고 있어야 한다.
세 가지를 다 갖추면 집이 경매로 넘어가도 보증금을 우선 변제받는다. 반대로 전입신고를 하루라도 미루면 그 사이에 근저당이 잡혔을 때 순위가 뒤로 밀린다. 이사 당일 오전에 끝내는 게 안전하다.
6. 국세·지방세 완납증명서를 요청한다
집주인이 세금을 체납하고 있으면 그 세금이 내 보증금보다 먼저 변제된다. 집이 넘어갈 때 세금부터 빠지고 남는 돈으로 보증금을 받게 된다는 뜻이다.
- 국세 완납증명서: 홈택스에서 발급한다. 집주인에게 요청한다.
- 지방세 완납증명서: 위택스에서 발급한다.
최근에는 임차인이 일정 조건에서 집주인 동의 없이도 미납 국세를 열람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었으니, 집주인이 서류 제출을 꺼리면 직접 열람하는 방법도 있다. 그래도 끝까지 거부하면 그 자체가 경고 신호다. 이 서류 한 장이 수천만 원의 피해를 막기도 한다.
7. 임대인이 다주택자인지 확인한다
최근 대형 전세사기는 한 사람이 수십, 수백 채를 굴리며 보증금을 돌려막다 한꺼번에 터진 구조였다.
- 확인 방법: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서 해당 건물의 전세 계약 현황을 본다.
- 같은 건물에 전세 계약이 비정상적으로 몰려 있으면 주의한다.
- 집주인의 다른 부동산에 근저당이 과하게 잡혀 있으면 위험 신호다.
전세 계약 최종 체크리스트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 아래를 전부 확인했는지 다시 본다.
| 항목 | 확인 여부 |
|---|---|
| 등기부등본 열람 (갑구·을구 확인) | ☐ |
| 근저당 + 보증금 ≤ 시세 70~80% | ☐ |
| 집주인 신분증 vs 등기부 소유자 일치 | ☐ |
| 전세가율 80% 미만 | ☐ |
| 전세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 확인 | ☐ |
| 국세·지방세 완납증명서 수령 | ☐ |
| 이사 당일 전입신고 + 확정일자 | ☐ |
피해를 입었다면 어디에 신고하나
이미 당했다면 혼자 끙끙대지 말고 아래에 바로 연락한다. 초기 대응이 빠를수록 보증금 회수 가능성이 올라간다.
- 전세사기 피해지원센터: 1533-8119
- 대한법률구조공단: 132
- 주택도시보증공사(HUG): 1566-9009
- 경찰청: 112 (사기 혐의 시)
본 글은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개별 법률 상담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법률 전문가에게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