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을 알아보다가, 혹은 카드를 만들려다가 “내 점수로 되나?” 싶어 검색했을 겁니다. 그 질문의 답은 “몇 등급이냐”가 아니라 “쓰려는 상품의 기준점수를 넘느냐”입니다. 등급제는 2021년에 끝났고, 지금 금융회사가 보는 건 1점 단위 점수입니다.
그런데 이 점수를 두고 잘못 알려진 게 많습니다. 900점이면 최상위라는 것도, 조회하면 점수가 깎인다는 것도, 통신비만 잘 내면 점수가 오른다는 것도 지금 기준으로는 맞지 않습니다. 하나씩 짚습니다.
등급제는 왜 없어졌나
과거 10등급제에서는 4등급 안에 700점인 사람과 749점인 사람이 같이 들어갔습니다. 은행 입장에서는 구분이 안 되니 등급 전체에 같은 금리를 매겼고, 749점인 사람이 손해를 봤습니다. 2021년 1월 전 금융권이 점수제로 넘어가면서 이 뭉뚱그림이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몇 등급”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아직 등급표를 붙여놓은 블로그가 많은데, 평가사가 공식으로 등급 구간을 발표하지 않으니 그 표들은 대부분 옛날 기준을 짐작으로 옮긴 것입니다.
그럼 몇 점이어야 하나
대신 평가사가 법령에 따라 매년 공시하는 기준점수가 있습니다. NICE평가정보 공시(2026년 4월 1일부터 2027년 3월 31일까지 적용)를 직접 열어보면 이렇게 나옵니다.
| 구분 | NICE 기준 | 의미 |
|---|---|---|
| 신용카드 발급 가능 | 725점 이상 | 이 아래면 신용카드 발급이 막힙니다 |
| 중금리대출 우대 대상 | 889점 이하 | 이 위면 중금리 상품 대상이 아닙니다 |
| 미소금융 지원 대상 | 749점 이하 | 서민금융 상품 신청 기준 |
| 불공정 영업행위 금지 대상 | 724점 이하 | 과도한 금리 부과 등을 제한하는 보호 기준 |
KCB(올크레딧)도 같은 항목을 공시하는데 숫자가 다릅니다. 카드 발급 기준이 620점대로, NICE보다 100점가량 낮습니다. 같은 사람이 어느 평가사 점수로 심사받느냐에 따라 결과가 갈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900점은 상위권이 아닙니다
여기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착각하는 지점입니다. NICE가 공개한 2025년 12월 기준 평점별 인원 분포를 보면 이렇습니다.
| 점수대 | 인원 | 비중 | 누적 |
|---|---|---|---|
| 900점 이상 | 약 2,380만명 | 47.9% | 47.9% |
| 800점대 | 약 1,071만명 | 21.5% | 69.4% |
| 700점대 | 약 1,228만명 | 24.7% | 94.1% |
| 600점대 이하 | 약 289만명 | 5.8% | 100% |
전체 약 4,969만명 중 절반 가까이가 900점을 넘습니다. 900점은 잘 관리한 결과가 아니라 그냥 보통입니다.
계산해보면 이렇습니다. 내 NICE 점수가 780점이라고 하죠. 800점 이상이 69.4%니까, 나보다 점수가 높은 사람이 최소 열 명 중 일곱 명입니다. “780점이면 나쁘지 않네”라고 생각했다면 감각을 조정해야 합니다. 다만 780점은 카드 발급 기준(725점)은 넘고 중금리대출 우대 기준(889점 이하)에도 들어갑니다. 위치는 하위권인데 쓸 수 있는 상품은 대부분 열려 있다는 얘기입니다.
참고로 NICE 자료에서 900점 이상 구간의 장기연체 발생률은 0.11%, 800점 이상은 0.34%, 700점 이상은 0.76%였습니다(2024년 12월 평점 기준, 이듬해 3개월 이상 연체 등록 비율). 구간이 내려가도 절대 수치는 1% 안쪽입니다. 점수 몇십 점 차이에 과하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함정 하나. 10만원과 5영업일
연체가 점수를 깎는다는 건 다들 압니다. 정작 중요한 건 어디서부터가 “기록”이냐입니다.
연체 금액이 10만원 이상이고 5영업일 이상 밀리면 단기연체로 분류되어 전 금융권에 공유됩니다. 갚아서 해제한 뒤에도 3년간 신용평점에 반영됩니다. 90일을 넘기면 장기연체로 넘어가고 타격이 훨씬 큽니다.
실제 상황으로 옮겨보겠습니다.
- 카드 대금 9만 6천원을 4일 늦게 냈다면 금액도 기간도 기준 아래입니다. 카드사 내부 연체이자는 붙지만 평가사로 넘어가지는 않습니다.
- 카드 대금 12만원을 6영업일 늦게 냈다면 두 조건을 다 넘깁니다. 다 갚아도 3년을 따라다닙니다.
차이는 2만 4천원과 이틀입니다. 잔고가 부족해서 며칠 밀릴 상황이면, 전액을 못 채우더라도 미납액을 10만원 아래로 먼저 낮춰두는 게 훨씬 낫습니다. 이걸 아는 사람이 의외로 적습니다.
함정 둘. 조회해도 점수는 안 떨어집니다
“대출 한도 조회하면 점수 깎인다”는 말은 2011년 10월에 끝난 얘기입니다. 그때 제도가 바뀌면서 조회 기록 자체는 신용평가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카카오뱅크 신용정보 안내 페이지에도 같은 내용이 적혀 있습니다.
겁이 나서 점수를 안 보는 쪽이 오히려 손해입니다. 내 점수를 모르면 어느 상품에 넣어야 할지 판단이 안 되고, 아무 데나 넣었다가 거절당하는 게 실제 감점 요인에 더 가깝습니다.
단, 조회와 실행은 다릅니다. 짧은 기간에 여러 금융사에서 실제로 대출을 받으면 부채수준과 신용형태 항목에서 점수가 내려갑니다. NICE 공시 기준 이 두 항목의 비중은 각각 24.5%와 27.5%로, 상환이력(28.4%) 못지않게 큽니다.
함정 셋. 통신비는 자동으로 반영되지 않습니다
통신비, 건강보험료, 국민연금을 성실히 냈으면 가점이 붙는다는 건 맞습니다. 비금융과 마이데이터 항목이 NICE 평가에서 7.3%를 차지합니다.
문제는 자동이체를 걸어뒀다고 저절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평가사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마이데이터 연동 또는 납부 내역 등록을 직접 해야 점수에 들어갑니다. 나이스지키미와 올크레딧 모두 별도 메뉴가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연체 중이거나 해제된 연체 이력이 있으면 가점 대상에서 빠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점수를 올리는 것과 안 올리는 것
효과가 있는 것
- 비금융 납부 내역을 평가사에 직접 등록하기. 앞서 말한 그 등록입니다.
- 체크카드를 월 30만원 이상 6개월 이상 꾸준히 쓰기. 사용액에 따라 4점에서 40점까지 붙습니다.
- 카드 한도 대비 사용액을 30% 아래로 유지하기. 한도의 70% 이상을 계속 쓰면 부채수준에서 깎입니다.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마이너스인 것
- 점수 올리려고 소액대출을 받아서 갚는 것. 상환 이력이 쌓이기 전에 신규 대출이 부채수준과 신용형태에서 먼저 깎입니다. 순효과는 마이너스일 가능성이 큽니다.
- 안 쓰는 카드를 해지하는 것. 금융감독원은 휴면카드 해지로 점수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반대로 올라가지도 않습니다. 오래 보유한 카드를 없애면 신용거래기간(비중 12.3%)만 짧아집니다.
-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급전이 필요한 상태로 읽혀 신용형태에서 감점됩니다.
무료로 확인하는 곳
| 서비스 | 볼 수 있는 점수 | 비용 |
|---|---|---|
| 토스 | NICE, KCB 둘 다 | 무료 |
| 카카오뱅크 내 신용정보 | NICE, KCB 둘 다 | 무료 |
| 뱅크샐러드 | NICE | 무료 |
| 나이스지키미 | NICE (평가사 원본) | 무료, 연 3회 |
| 올크레딧 | KCB (평가사 원본) | 무료, 연 3회 |
나이스지키미와 올크레딧의 연 3회는 신용정보법에 근거한 것으로, 4개월에 한 번씩 열람할 수 있습니다. 평가사 원본을 보려면 여기를 쓰고, 변동만 체크할 거면 토스나 카카오뱅크로 충분합니다. 예전에는 앱마다 한쪽 평가사 점수만 보여줬는데 지금은 토스와 카카오뱅크 모두 두 곳을 함께 보여줍니다.
나라면 이렇게 합니다
점수 올리기를 목표로 잡지 않습니다. 쓰려는 상품의 기준점수를 넘기는 걸 목표로 잡습니다.
780점인 사람이 체크카드를 반년 성실히 써서 최대치인 40점을 받아도 820점입니다. 900점은 그렇게 안 갑니다. 반면 카드 발급 기준 725점은 이미 넘었고, 중금리대출 우대도 들어갑니다. 그 상태에서 몇 달을 점수 올리기에 쓸 이유가 없습니다.
먼저 할 일은 세 가지입니다. 토스나 카카오뱅크에서 NICE와 KCB 점수를 둘 다 확인합니다. 둘 중 낮은 쪽을 내 점수로 칩니다. 그 점수로 쓰려는 상품 기준을 넘는지 봅니다. 넘으면 신청하고, 못 넘으면 그때 비금융 정보 등록과 체크카드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솔직히 말하면 신용점수는 단기간에 크게 움직이는 숫자가 아닙니다. 상환이력 28.4%가 가장 큰 항목인데, 이건 안 밀리는 것 말고 방법이 없습니다.
기준점수와 분포 수치는 2026년 8월 1일 NICE평가정보 개인신용평가체계 공시와 통계자료에서 직접 확인했습니다. 평가사 공시는 매년 4월 1일 갱신되고 개인 점수 산정 기준은 평가사마다 다르므로, 실제 점수는 각 기관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